혈압이 낮은데도 피곤하다면? 저혈압 원인과 관리법

 

young East Asian woman with a home BP cuff sipping water, appearing dizzy; sunlit living room with plants

 “혈압은 낮은데 왜 이렇게 피곤하죠?”

혈압이 낮으면 건강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막상 본인은 하루 종일 기운이 빠지고, 일어설 때마다 어지럽고, 오후만 되면 머리가 멍해집니다. 누군가는 “물을 많이 마시면 돼”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소금만 더 먹어라”라고 하죠. 해답은 조금 더 섬세합니다. 저혈압은 원인과 상황이 다양해서 같은 처방이 모두에게 맞지 않습니다. 

이 글은 피곤·어지럼의 실제 원인을 한 겹씩 벗기고, 오늘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 루틴을 안내합니다. 

전문 진단·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하지만, 바른 습관만으로도 증상이 가볍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혈압, 어떻게 정의하나 | 안정성·기립성·식후성·약물성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90mmHg 이하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60mmHg 이하이면 ‘저혈압’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수치만으로 판단하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수치여도 멀쩡하고, 어떤 사람은 100/70에서도 비틀거립니다. 

핵심은 증상과 상황입니다. 

가만히 있을 때 낮은 안정성 저혈압,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식사 후 졸리고 힘이 빠지는 식후성 저혈압, 특정 약물 복용 중에 생기는 약물성 저혈압이 대표적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선 뒤 3분 내 수축기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10mmHg 이상 떨어질 때로 정의하는데, 실제로는 심박수·탈수·카페인 등 변수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순서를 정해 측정해 보면 자신의 패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소 | 흔한 오해부터 바로잡기

가장 흔한 오류는 수분 부족입니다. 바쁜 오전에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커피만 연달아 마시면, 혈액량이 줄고 심장이 조금만 빨라져도 어지럼이 심해집니다. 또 하나는 급격한 다이어트입니다. 탄수화물과 염분을 과하게 줄이면 혈장량이 감소해 앉았다 일어날 때 핑이 돕니다. 

뜨거운 목욕·사우나, 과음, 장시간 서 있기, 과열된 실내도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더 떨어뜨립니다. 빈혈·갑상선 기능저하·부신기능 저하 같은 내분비 문제도 저혈압을 부추기므로, 질병관리청 자료를 참고해 기본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낫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사람마다 다르다”입니다. 심장·신장 질환이 있거나 부종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면 ‘소금 늘리기’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탈수·기립성 저혈압이 주원인이고 다른 질환이 없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소금을 약간 늘리는 전략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검사와 모니터링입니다.

위험 신호 | 지금은 생활요법보다 평가가 먼저다

아래 상황이라면 생활요법을 미루고 평가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실신이나 의식 소실, 심한 흉통·호흡곤란, 편마비·언어장애 같은 신경학적 신호, 고열·탈수로 의심되는 상태, 새로운 약 복용을 시작한 뒤 증상이 급격히 심해진 경우입니다. 

특히 이뇨제·혈압약·알파차단제·파킨슨병 약·일부 항우울제는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의사와 약사의 복약 상담을 통해 용량·복용 시점 조정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집에서 하는 측정 루틴 | ‘자세’와 ‘타이밍’이 반입니다

혈압은 재는 방식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집니다. 아침 기상 후 배뇨를 마치고 5분간 편히 앉은 뒤, 등을 등받이에 기대고 발을 바닥에 두고, 커프는 심장 높이에 맞춥니다.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 말은 하지 않습니다. 이 상태로 1분 간격 2~3회 재어 평균을 구합니다. 저녁에도 같은 방법으로 재면 하루 패턴이 보입니다. 커피·운동·흡연·목욕 직후는 30분 이상 피합니다.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되면 간단한 기립 검사를 합니다. 5분 이상 누워 안정한 뒤 누운 상태에서 한 번, 일어나서 1분·3분 시점에 각각 한 번씩 측정합니다. 이때 어지럼이 심하면 바로 앉거나 눕고, 혼자 시도하지 마세요. 수치를 기록할 때는 날짜·시각·증상·섭취한 음식·약·수분량까지 간단히 적어 두면 원인 분류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일상 관리 ① 수분·염분·식사 | 혈액량을 지키는 작은 규칙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시작합니다. 오전에는 카페인 음료를 물과 함께 마시되, 커피 한 잔당 물 한 잔을 곁들입니다. 점심 전 500ml, 오후에 500ml를 나눠 마시면 하루 1.5~2리터는 어렵지 않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날은 전해질 음료를 소량 곁들이되, 당분이 많은 제품은 물과 섞어서 마십니다.

식사는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량·자주 먹는 편이 기립성·식후성 저혈압에 유리합니다. 고탄수화물 식사 후 졸음·어지럼이 심하면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채소·좋은 지방의 비중을 키웁니다. 술은 혈관을 확장시켜 다음 날까지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양을 줄이고, 빈속 술은 피합니다. 소금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조절하되, 부종·고혈압·신장질환이 있다면 무리한 증가는 금물입니다.

일상 관리 ② 자세·복장·생활 리듬 | 어지럼의 순간을 줄이는 요령

자세를 바꿀 때는 천천히가 원칙입니다. 누운 자세에서 바로 일어나지 말고, 먼저 옆으로 돌아누워 팔로 몸을 지지해 앉은 뒤 천천히 일어서세요.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종아리 근육을 반복해 움켜쥐듯 수축하거나, 발뒤꿈치 들기 동작으로 ‘종아리 펌프’를 가동합니다. 샤워는 너무 뜨겁지 않게 하고, 욕조·사우나는 짧게 합니다. 

압박 스타킹(무릎 또는 허벅지 길이)은 정맥 풀림을 줄여 어지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꽉 조이는 허리띠·거들·코르셋 형태의 복장은 복압을 높여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것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

수면은 7시간 전후로 일정하게 유지하고, 기상 직후 바로 햇빛을 5~10분 쬐면 자율신경의 리듬이 안정됩니다. 낮잠은 20분 이내로 짧게 가져가 밤잠을 해치지 않도록 합니다.

일상 관리 ③ 운동·카페인·약물 | 과유불급의 균형

운동은 빠르게 걷기·고정식 자전거처럼 몸통이 곧고 하체가 움직이는 형태가 안정적입니다. 빈혈·탈수·감염 회복기의 격한 유산소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강도를 서서히 올립니다. 저항운동은 주 2~3회, 하체 위주로 가볍게 시작합니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릴 수 있지만, 오후 늦게 마시면 잠을 망가뜨려 다음 날을 더 힘들게 만듭니다. 오전에 적당량만, 공복 대신 가벼운 간식과 함께 마시면 출렁임이 덜합니다.

약물 관련해서는 자의로 중단하지 말고 처방의와 상의하세요. 의료진이 판단해 저혈압 증상이 기능을 심하게 떨어뜨리는 경우, 미도드린이나 플루드로코르티손 같은 약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작용·금기증이 있어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가정용 혈압계·맥박 측정으로 반응을 기록하고, 이상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보고합니다.

14일 회복 플랜 | 숨이 트이는 체감 변화를 만든다

첫 사흘은 수분 루틴을 고정합니다. 기상 직후 물 300ml, 오전 물 500ml, 점심·오후 각 300ml, 저녁 200ml처럼 시각별로 나눠 두면 빼먹지 않습니다. 셋째 날부터는 식사를 소량·자주로 바꾸고, 탄수화물 비중을 조정합니다. 

일주일차에는 압박 스타킹을 시도하고, 샤워 온도를 낮춰 봅니다. 아홉째 날부터 하체 중심의 저항운동을 추가해 종아리 펌프를 강화합니다. 열이틀 날에는 기립 검사 기록을 정리해 자신의 취약 상황을 파악합니다. 마지막 이틀은 잘 먹힌 전략을 고정하고, 잘 안 맞는 전략은 과감히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피곤함의 길이·어지럼의 빈도·앉았다 일어설 때의 느낌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의사에게 이렇게 설명하면 빠르다 | 증상·상황·수치로 스토리 만들기

병원에서는 “언제부터, 무엇을 할 때,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무엇으로 완화되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세요. 예를 들어 “3주 전부터 오후 3시 이후 업무 중 어지럼. 물을 마시고 5분 쉬면 좋아짐. 기립 검사에서 1분 시점 20/10mmHg 하강.”처럼 상황+수치를 함께 말하면 정확한 판단이 빨라집니다. 

복용 중인 약·건강기능식품 목록과, 최근 감염·수술·다이어트 여부를 함께 알려주면 좋습니다.

결론 | 저혈압은 ‘내 몸의 패턴’을 알면 관리가 쉬워진다

저혈압은 누구에게나 같은 얼굴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답도 한 줄이 아닙니다. 다만 공통의 뼈대는 분명합니다. 충분한 수분과 안정적인 식사, 천천히 바꾸는 자세, 하체 근육을 쓰는 움직임, 일정한 수면, 그리고 기록입니다. 

오늘 당장 할 일은 세 가지뿐입니다. 

물병을 책상에 올려두고, 앉았다 일어날 때 천천히 움직이고, 아침·저녁 혈압과 기립 검사를 한 번씩 기록하기. 

여기서부터 피곤함의 두께가 얇아지고, 어지럼의 횟수가 줄어듭니다. 생활요법으로도 나아지지 않거나 위험 신호가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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